마침내, 결국, 테슬라가 한국에 상륙했다. 시작은 모델S 90D.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전기차와는 개념이 좀 다른, 소위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 테슬라가 한국에 전기차 열풍을 몰고 올 수 있을까?
서울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미세먼지 극심지역이라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는 이때, 세계 친환경 에너지산업의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품은 테슬라가, 드디어, 마침내, 결국 국내에 상륙했다. 테슬라는 21세기에 가장 빠르게 떠오른 글로벌기업 중 하나. 전기차 외에도 태양광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민간 우주운송업체 등 테슬라를 주목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S 90D를 앞세워 한국에 진출한 테슬라는, 지난 3월 중순 하남 스타필드와 서울 청담동 두 곳에 전시장을 열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테슬라코리아 설립을 앞두고 본격적인 움직임이 일었다. 내부적으로는 미국 본사직원들이 방한해 한국직원들을 대상으로 제품기술교육을 펼쳤고, 국내시장 진출을 위해 정부 제품인증절차까지 단계적으로 밟아나갔다. 세상에 없던 고성능 프리미엄 전기차의 유명세는, 이미 한국땅 구석구석까지 퍼져 있었다. 전시장 오픈과 동시에, 수많은 고객이 모델S의 실물을 보고자 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한데 모였다. 소문만 무성하던 테슬라 전기차의 성능과 주행가능거리, 그리고 충전시간이었다.
미래의 잠재고객이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장 앞, 석 대의 모델S가 충전 중이다. 올해 안에 신세계백화점 유통망을 이용해, 전국 주요도시 25곳에 설치되었거나 예정인 완속충전기 ‘데스티네이션 차저’를 이용해서. 40분 만에 모델S의 90kWh 용량 배터리를 80퍼센트 가량 충전할 수 있는 120kWh 급속충전기 ‘수퍼차저’는, 국내에서 인증받은 최대주행가능거리 378킬로미터에 맞춰 전국 다섯 개 지역(서울 두 곳, 지방 세 곳)에 나눠 설치할 예정인데,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1호 수퍼차저가 들어섰다.
테슬라는 고속도로에서만 오토파일럿을 사용하길 권하고 있지만, 복잡한 시내에서 그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어라? 아직 사용 못 한단다. 완전자율주행기능이 현행법을 통과 못 하는 건 당연할 테고, 구글맵 기반으로 조향과 차로변경까지 가능한 오토파일럿도 아직 사용불가. 6월 말부터 7월 초쯤 고객 인도를 시작할 예정인데, 그때쯤 한국환경에 맞춘 내비게이션을 달아 오토파일럿을 사용 가능하게끔 준비 중이다. 주변 물체 접근 시 센티미터 단위까지 나타내 계기반에 보여주는 기능의 정밀도를 감안하면, 최대 여덟 개 카메라와 12개 초음파센서 기반의 오토파일럿을 기대해봐도 좋겠다. 실제로 계약한 대다수 고객이 660만 원, 완전자율주행기능을 지원하는 경우 1천만 원에 달하는 오토파일럿을 선택하고 있단다.
골목길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길이를 늘인 에어서스펜션은, 고속화도로에 오르자 스스로 낮춰 안정감을 더했다. GPS를 기반으로 주행경로를 미리 파악하기 때문. 물론, 별도옵션이다. 전자제어서스펜션과 차 바닥에 펼쳐놓은 리튬이온 배터리, 무게를 달리하는 세 가지 스티어링 모드가 어울려, 꽤나 스포티하고 탄탄한 승차감을 선사한다. 앞뒤 차축 위에 얹은 전기모터가 최대한 힘을 발휘해 네 바퀴를 굴리면, 2.2톤에 달하는 거구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4.4초. 최고속도는 무려 시속 250km.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반응은 일반 내연기관차와 흡사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약간 무기력한 스티어링 휠과 몸무게 탓에 핸들링이 뛰어나다고 하긴 어렵지만, 어지간한 스포츠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출력성능에서 전기차의 신세계 또는 머지 않을 미래를 잠깐이나마 경험해봤다. 배터리용량과 성능에 따라 트림명을 달리하는 테슬라는, 60부터 P100D까지 모델S 라인업을 완성한 뒤 순차적으로 SUV 모델X와 준중형급 모델3를 들여온다는 방침이다.
다만, 얼마 전 국가기술표준원에서 DC차데모, DC콤보(타입 1), AC3상 등으로 나뉘어 있던 국내 전기차 급속충전방식을 DC콤보방식으로 통일할 것을 예고, 테슬라의 충전구(타입 2)로는 AC3상, 그것도 완속충전만 가능하게 됐다. 게다가 배터리용량이 하도 커서 완속충전 시 14시간이 걸려 국내 전기차보조금 지원규정(완속충전 10시간 이내)을 통과 못해 2천만 원 넘는 보조금을 받지 못할뿐더러, 테슬라 자체적으로 급속충전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테슬라의 국내진출을 계기로 법규와 인프라를 개선, 전기차산업이 한층 더 탄력받아 성장하길 기대해보는 이유다.
글 이세환
출처:기어박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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